역전종합시장 상인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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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종합시장 상인열전!
  • 심재학 기자
  • 승인 2019.04.2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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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驛前)의 명수(名手)'를 꿈꾸다

고교야구가 큰 인기를 끌던 시절, 군산상고는 수많은 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전국에 이름을 떨쳤다. 이는 군산 지역뿐 아니라 호남인들에게 큰 자랑거리였다. 군산상고는 1972년 황금사자기 전국고등학교 야구대회에서 4대 1로 지고 있던 9회 말 투아웃 상황에서 5대 4 역전에 성공하며 ‘역전(逆轉)의 명수’라는 별칭을 얻게 된다. 군산 자부심의 대명사인 ‘역전의 명수’를 꿈꾸는 이들이 또 있다. 군산의 최고 시장이라는 자부심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도 새벽부터 땀을 흘리고 있는 역전종합시장 상인들이다.

 

반찬가게 아줌마, 군산의 명사가 되다

‘아줌마 반찬’ 양회자 사장

최고의 식재료와 손맛으로 군산 반찬계 평정

19세 때 시집와 20대 초반 꽃다운 나이에 장사에 뛰어든 양회자 사장은 역전시장에서만 벌써 40년 넘게 장사를 했다. 고향인 광주에서 군산으로 시집와보니 시댁이 너무 빈곤했다. 원래 시댁은 고기를 잡았는데 폭풍으로 배가 침몰되면서 살림이 너무 어려워졌던 것이다.

“20세 초반에 첫 아이를 임신을 했는데 형편이 말이 아니어서 아기 키우기도 힘들겠더라고요. 내가 나설 수밖에 없었죠. 제가 보통 배포는 아니거든요. 성격이 완전 남자 같아요. 스물 몇 살에 장사를 시작했으니 말 다했죠. 지금도 집안에서 남편을 의지하기보다 남자 역할을 한답니다.”

양 사장은 처음에는 시장에서 국밥을 파는 식당을 했는데, 장사가 꽤 잘됐다고 한다. 식당 손님들이 반찬이 정말 맛있다고 칭찬하는 통에 반찬을 조금씩 팔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손맛이 소문나기 시작하자 5~6년 동안 운영했던 식당을 접고 아예 반찬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로 바꿨다.

“국밥집에서는 어쩔 수 없이 술을 팔 수 밖에 없는데 우리 식구들이 술을 전혀 먹지 않아 거부감이 좀 있었죠. 저 역시 커가는 자식들을 생각하면 국밥집보다 반찬전문점을 하는 게 장사의 품위가 더 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과감하게 업종을 변경했어요. 당시 이 시장에는 반찬전문점이 없었거든요.”

반찬가게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이후 몇 년 동안 그녀는 반찬가게를 하고, 남편도 건축업을 해 꽤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부부는 돈이 모이자 투자하는 셈치고 보일러 부속공장을 설립해 운영했지만 결국 실패를 맛봤다. 그런 와중에도 반찬가게는 계속 잘 됐다.

양 사장의 반찬가게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반찬은 김치다. 부침개도 맛있다고 소문이 났고, 굴무침, 회무침, 꽃게무침 등 무침 종류도 인기품목이다. 맛의 비결은 역시 최상급 식재료다. 꽃게 등 수산물은 직접 거래하는 배가 있어 싱싱하고 싸게 손님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농산물은 농협에서 사오기도 하지만 바로 옆 새벽 도깨비시장에 오는 할머니들이 직접 키운 식재료를 가져오기도 한다.

“어떻게 알고 찾아오시더라고요. 직접 키우신 것들이라 싱싱하고, 믿을 수 있어 구입해주곤 하죠. 100여 가지가 넘는 많은 반찬을 혼자서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해요. 재료 손질을 도와주시는 아르바이트 아주머니들이 계세요. 아들 둘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다 뭉쳐서 하는 반찬가게라고 보시면 됩니다. 매일 가게 문을 열고 많은 반찬을 만드는 데 가족이 없으면 운영하기 버겁죠. 식재료 준비는 딴 사람들이 하더라도 양념을 버무리고 무치고 맛을 내는 등 모든 조리는 일단 저를 거쳐야 마무리가 됩니다.”

 

수많은 단골들에게 맛있는 반찬 챙기는 보람

때로는 일 때문에 힘들고 괴롭고 아프기도 하지만 시장에 나와서 이웃과 떠들고 웃고 이야기를 나누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라는 양 사장. 고객들이 반찬이 맛있다고 말해주면 방전된 에너지가 이내 차오른다.

양 사장은 ‘아줌마 반찬’ 하면 그래도 군산 바닥에서는 알아주는 사람이 꽤 많다고 웃는다. 40년 넘게 반찬가게를 하다 보니 어쩌다 시내를 나가면 몇 발짝 안 가도 마주치는 사람들이 단골손님이다.

“저를 알아봐주시고 다를 반겨주시니 너무 즐겁죠. 옷가게에 들러도 주인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요. 그럴 때면 반찬가게를 한 고생한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죠.”

그녀는 장사를 하며 큰 위기는 없었지만 식재료 가격이 폭등할 때는 정말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물론 이런 일이 생기더라도 손님들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지 않는 게 그녀만의 신념이다. 그녀는 “아무리 식재료가 올라도 어느 정도 제가 감수하고 손님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적당한 가격으로 팔아요. 손님을 계속 오게 하는 게 더 이득이거든요.”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살아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하는 그녀에게 이제 큰 소망은 없다. 돈도 좋지만. 간혹 시장에서 건강 때문에 장사를 그만두는 분들을 보면 그래도 활기차게 움직이면서 건강하고 당당하게 손님 앞에 서는 게 그녀의 바람이다.

“저는 무조건 싸게만 팔려고 하지는 않아요. 먹을거리니까 재료 신선도와 품질에 가장 신경 쓰고, 위생과 청결을 가장 중시하죠. 그걸 오랫동안 지키다보니 단골손님들이 자동으로 우리 가게를 홍보해줘요. 시청 홈페이지에 다른 가게들도 우리 가게를 본 받아야 한다고 글 올린 분도 있다고 들었어요. 저희를 인정해주시는 그런 분들이 정말 고맙죠.”

그런 그녀에게도 욕심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자신의 반찬이 맛있다고 하신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것, 단골손님이 가게를 계속 찾을 수 있도록 건강을 지키는 것, 며느리들이 힘들지만 보람 있는 이 장사를 더 이어가주는 것 등이 그녀의 욕심이다.

그녀는 “역전시장 상인들이 더 신선한 물건을 제공하고 웃음을 잃지 않고 친절한 상인들이 됐으면 좋겠다”며 “우리 시장을 찾는 고객들도 기쁜 일만 있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라면서 예의 활짝 웃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좋은 물건을 파는 게 장사꾼의 최고 보람”

‘부부수산’ 김영미 사장

가게 이름이 참 예쁘다. 다정한 부부가 서로 힘을 합쳐 예쁘고 아름답게 가게를 꾸려나갈 것만 같다. 그러나 이런 기자의 너스레에 김영미 사장은 부끄러워 손사래를 친다. 그저 부부가 같이 일하니 이름을 그렇게 지었을 뿐이라는 것. 그래도 부부가 함께 일하는 게 마냥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부부가 시장에 들어온 지는 14년. 그 전에 부인인 김영미 사장은 식당을 했고, 남편은 꽃을 했는데 그게 잘 안 되는 바람에 이곳에 수산물 가게를 차리게 됐다. 장사는 꾸준히 적정 매출을 유지해온 편이라고 한다. 단골손님들이 김 사장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비빌 언덕이었다.

“역전종합시장은 워낙 전통이 있는 시장이고, 군산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으니 이왕이면 이곳에서 장사를 하면서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오래도록 찾는 손님들이 계셔서 그나마 장사를 계속 할 수 있었죠.”

그녀는 집에서 새벽 4시쯤 나온다. 남편이 수산물센터에서 물건을 해오면 바로 옆 도깨비시장에서 4시간 정도 장사를 하고, 9시 정도에 끝나면 시장으로 돌아와 가게 문을 열고 오후 7시까지는 장사를 이어간다. 체력적으로 보통 힘든 일이 아니겠다고 하자 그녀는 무심히 답한다.

“고객들에게 장사하는 건 어려운 게 없는데, 잠을 충분히 못 자서 몸이 좀 힘들어요. 하지만 마음은 정말 편해요. 이왕 시작한 일인데 힘들다고 그만둘 수는 없죠.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힘든 하루 중에서도 단골손님이 오면 이야기도 나누고 “좋은 물건 줘서 고맙고, 덕택에 잘 먹었다”고 인사를 들으면 큰 보람을 느낀다. 어차피 하루 종일 이곳에 있어야 하는데 고객과 얼굴을 붉힐 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게 그녀 생각이다. 그래도 싸게 많이 줄 만큼 주는데 손님이 막무가내로 더 달라고 떼를 쓰면 괴로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그녀는 긍정의 미덕을 마음속에서 지우지 않는다.

“매일 같은 하루지만 상인들과 아침 인사를 나누며 시작하고, 무사히 장사를 잘 마치고 손 흔들며 헤어지면 특별히 즐거운 일이 없어도 전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부부에게는 직장생활을 하는 25세 무남독녀 외딸이 있다. 김 사장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그녀의 딸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명절 등 바쁠 때 친구들 데리고 와 부모님의 장사도 도울 정도로 속이 깊은 효녀다.

“사실 시장에서 수산물을 파는 게 깔끔한 장사는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우리 딸은 예나 지금이나 엄마와 아빠가 하는 장사를 하나도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키운 보람이 있죠. 딸에게 ‘엄마, 돈도 좋지만 건강 생각하시면서 쉬엄쉬엄 해’라는 말 들으면 정말 마음이 싸해요. 여태 잘 컸으니 좋은 배필 만나서 자기들 행복 이루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어요.”

그녀는 상인들끼리 서로들 양보하고 이해하면서 같은 마음으로 뭉쳐서 시장을 발전시키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상인회가 좋은 뜻으로 발전을 꾀하는 만큼 상인들이 잘 따라서 좋은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

“소망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정도만 유지하면 좋겠어요. 욕심은 부린다고 제 것이 되는 것이 아니죠. 앞으로 오시는 손님들에게 더 잘 해드리려고 해요. 우리 가게를 찾아주시는 것만으로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정치하시는 분들은 지금 하시는 것처럼 열심히 하시되 서민들이 힘들다는 것만 더 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맛 좋고 먹기 편안 반건조 생선 최고!”

‘제일건포상회’ 양정숙 사장

무뚝뚝한 것 같지만 꽤 살갑고, 무심한 듯 보이지만 따뜻한 마음씨가 언뜻언뜻 드러나는 양정숙 사장. 그녀는 부모님이 40년 넘게 장사해온 가게를 이젠 거의 도맡다시피 하면서 운영하고 있다. 그녀가 가게에 합류한 것도 벌써 18년 전, 강산이 두 번 바뀔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부모님께서 이 시장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하고 계셨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편찮으셔서 수술을 하게 됐어요. 단골손님도 많아 가게를 접을 수 없던 터라 제가 나와서 장사를 하게 됐지요. 시장 일이 엄청 힘든 일이라는 걸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부모님 건강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그녀는 딸만 여섯 명인 집에서 장녀로 태어났다. 입 밖으로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남다른 책임감이 그녀의 어깨를 짓눌렀으리라. ‘제일건포상회’의 주요 품목은 반건조 생선으로 모든 것을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하는 상품들이다. 언 생선을 해동해서 하나하나 다듬어 말려야 하니 일 자체가 중노동이다.

아무리 겨울에 춥고 여름엔 더운 게 시장일이라지만 특히 힘든 일은 있게 마련이다. 김 사장은 묵묵히 그 어려운 일을 힘든 내색 하나 하지 않고 묵묵히 해내고 있다. 물건 원가는 점점 올라가고, 마진율은 적은 것도 장사의 어려움 중 하나다. 그런데도 그녀는 자신의 힘든 점보다는 가게 제품 자랑에 더 열을 올렸다.

“우리 가게는 주로 반건조 생선을 취급하는데, 조기‧박대‧병어‧장대‧갈치‧홍어 등 말릴 수 있는 건 다 말려 판매해요. 반건조 생선은 일단 손질 하지 않아도 굽거나 조리기만 하면 반찬이 되니 손님들이 먹기 편하고, 보관성도 아주 좋아요. 간이 다 돼 있기 때문에 특별히 솜씨가 없어도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죠.”

철마다 다르지만 요즘에는 제수용품으로 조기와 박대가 많이 나간다고 한다. 명절 때는 정말 숨 돌릴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그녀가 만든 반건조 생선은 택배를 통해 전국 곳곳의 밥상에 오른다. 그녀는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단골손님이 거듭 찾아 주시고, 주변에 우리 가게를 추천해주시면 정말 일할 맛이 나요. 물론 가장 재미있는 때는 역시 손님이 많아 돈이 들어올 때죠”라고 웃어보였다.

그녀는 기억나는 단골손님으로 시골에서 직접 농사짓는 어르신을 꼽았다. 철마다 추수한 농산물을 직접 가져와 한 번 먹어보라고 넌지시 건넨다고 한다. 손님과 상인의 관계가 아니라 이웃처럼, 가족처럼 정을 주고받는 것이다. 그런 손님에게는 덤으로 생선을 더 드리기도 한다.

“역전종합시장은 역사와 전통이 있고, 판매 품목도 다양해 군산 시민들이 많이들 찾으세요. 현재 상인회에서 계속 노력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더 발전할 것으로 믿어요. 우리 시장이 많이 알려져 장사가 잘 되면 좋겠어요. 연세 드신 상인분들이 더 건강하셨으면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 좋고, 또 어떤 면에서는 좀 슬프죠. 그래도 세대가 교체가 되면 시장에 활기가 더 생길 것 같긴 합니다.”

그녀는 인터뷰 말미에 “정치하는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활성화시켜 상인들이 먹고 살게끔 하고, 서민경제도 잘 살려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슬쩍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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