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공설시장 상인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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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공설시장 상인열전!
  • 심재학 기자
  • 승인 2019.04.2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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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손님이 되고, 손님이 친구가 되는 마법”

‘부영주단’ 이순옥 사장

군산 공설시장 2층에는 아주머니들이 수다 삼매에 빠져 있다. 부영주단 이순옥 사장도 수다에 동참하지만 바느질을 하는 빠른 손놀림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시장이 좋고, 사람이 좋아 고된 시장 생활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이순옥 사장. 고운 한복 사이에서 너그럽게 웃음 짓는 그녀에게 그윽한 옷감의 향기가 난다.

군산 공설시장 2층 '부영주단' 이순옥 사장

이순옥 사장이 공설시장에 들어온 지도 벌써 35년이 넘었다. 여러 가지 사업을 벌였다 실패한 남편을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세월이다. 처음에는 뭘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다행히도 그녀에게는 옷을 만드는 솜씨가 있었다. 가족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것이 한복 만드는 일이었고, 서른 몇 해가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따로 옷 만드는 것을 배우진 않았지만 솜씨가 좀 있었죠. 어머니가 하는 것을 지켜보며 자라 대충 알겠더라고요. 그때 나이가 서른여섯인가 일곱인가 했는데 우리 막내가 아주 어렸을 때였어요. 남편 사업이 어려워지자 가정을 살리기 위해 제가 나서게 된 거죠. 남편과 싸우는 대신 세상과 맞서 이겨내자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힘들어서 살고 싶을 않을 때도 많았다고 했다. 사업에 몇 번 실패하니 남편도 이상하게 좀 달라져 있더란다. 그녀는 남편에서 “차라리 가만히 있어라 그게 나를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선언하듯 말하고 스스로 기꺼이 가족의 생계를 떠안았다.

한복 일을 하면서도 힘든 점이 많았다. 특히 5남매가 어렸을 때라 일하면서 아이들을 키우기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 세월을 다 이겨내고 지금까지 아이들 대학을 다 가르치고 잘 키워냈다.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는 손님을 상대하는 게 서툴러 곤혹을 치렀다.

“말 주변이 없어서 그냥 물건을 파는 장사만 했다면 정말 못했을 거예요. 옷 만드는 일을 직접 하니까 장사도 할 수 있었던 거지요. 장사는 마음이 유들유들해야 하는 건데 그런 걸 제가 잘 못해요. 그래서 지금도 장사는 재미없어요.”

장사수완은 없었지만 옷 만드는 솜씨가 있으니 그럭저럭 가게 운영은 됐다. 특히 주변 지인들이 손님을 데리고 오는 등 많이 도와줬다고 한다. 그녀는 “그때는 친구들이 오가며 우리 가게에서 옷도 맞춰 입곤 했는데, 지금은 자녀들이 다 시집‧장가가서 옷도 안 해 입는다”며 웃었다.

요새는 한복을 안 입는 추세라 더 어렵다. 다행히 교회 등에서 행사 단체복을 많이 해 그나마 일은 끊이지 않는다. 장사가 잘 안 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던 장사를 쉴 수는 없다. 간혹 옷을 맡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한복을 안 사는 추세라 해도 집안 행사가 있으면 한복을 입게 된다는 게 이순옥 사장의 지론이다.

“어디를 가던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잘 띄죠. 아무리 메이커 옷을 입어도 한복만큼은 눈에 안 들어와요. 한복은 그 자체로 우아하고 아름답죠. 사진을 찍어도 예쁘게 나와요. 요새 젊은 사람들은 간단한 걸 좋아하니 전통한복을 응용해 멋스럽고 입기 좋게 만들어 주기도 한답니다.”

그녀에게 손님이 친구고, 친구가 손님이다. 그래서인지 이래저래 놀러오는 친구들이 많다. 말주변이 없어 손님을 상대하기 어려웠다는 그녀의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주변의 상인들과도 사이가 참 좋다. 그녀가 급한 일 때문에 자리를 비우면 문을 대신 열거나 닫아주기도 하고, 전화 주문을 받아놓기도 한다.

그녀가 군산 공설시장에 깊은 애정을 갖는 이유 중 하나가 이웃 상인들이나 친구가 된 손님들과 쌓은 정 때문이다.

“우리 시장은 시설과 환경도 좋지만 좋은 물건들을 참 싸게 팔아요. 그래서 장사도 잘 되는 편이죠. 시민들도 공설시장에 도움을 주려고 해요. 참 감사한 일이죠.”

그녀는 건강하게 몇 년 더 일하다가 힘이 빠지면 장사를 접을 계획이다. 적어도 그동안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이웃상인, 친구들과 잘 지내면서 노는 것처럼 일하려고 한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진심을 담아 손님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우리 부영주단을 이용해주신 손님들 어르신들, 친구들 정말 감사합니다. 그 덕에 잘 살아왔고 아이들도 잘 키웠습니다. 나중에 장사 접을 때, 단골손님들에게 멋진 옷 한 벌을 꼭 해드리고 싶어요. 호호.”

 

“군산 공설시장, 200년, 300년 가길”

‘경성대장간’ 김창호 대표

경성대장간 김창호 대표는 주변 상인들에게 ‘김 사장’이라는 말보다 ‘김 회장’이라는 말을 더 많이 듣는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화된 건물로 상인들이 입주하기 시작한 2012년부터 무려 4년 동안이나 상인회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 어려운 시기에 지자체와 상인들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면서 시장 발전을 위해 헌신했던 그였기에 아직도 무한 신뢰를 보내는 상인들이 적지 않다.

군산 공설시장 '경성대장간' 김창호 대표

지금 운영하고 있는 경성대장간은 사실 김창호 대표의 부모님 가게였다. 그의 부친은 각종 철구와 농기구를 만드는 공장을 50년 동안 운영해왔고, 군산 공설시장에 이 철물 가게를 차린 지도 35년이나 됐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김 대표가 가게를 맡게 된 것 어찌 보면 우연이었다.

13년 전쯤 출산을 위해 친정에 온 여동생을 돌보야 했던 어머님 대신 가게를 봐주러 열흘 정도 일정으로 왔던 김 대표는 ‘요새는 직장생활도 미래가 불안정하니 가업을 이어받아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사실 아버님은 1년 이상이나 제가 잠시 머물다 언제라도 떠날 거라고 생각하셨나 봐요. 저도 그 기간 동안 솔직히 마음을 굳히기 힘들었고요. 그런데 철물인 물건을 진열하고 거두는 일을 하다 보니 굉장히 힘들더군요. 어머님이 하실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독하게 마음먹고 눌러 앉았죠. 솔직히 장사라는 것을 해보지 않았고 어떻게 하는 지도 몰라서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장사를 할 수밖에 없었죠. 그나마 초짜임에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부모님의 단골들이 꾸준히 찾아주셨기 때문일 거예요.”

그 전에는 대화를 할 때 사람을 보고 눈을 마주치면서 했는데 장사를 하면서는 그렇게 하기 힘들었다. 처음 장사할 때 부모님 단골과 말싸움을 하면서 얼굴을 붉혔던 기억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는 두들겨 맞으면 더 단단해지는 쇳덩이처럼 단련되며 장사꾼이 돼가고 있었다.

장사에 손이 익을 무렵부터 문화 소외 계층에게 세종문화회관 ‘문화 공연을 천 원에 제공했던 서울시의 <천 원의 행복>에 영감을 받아 아이와 같이 온 손님이 물건을 사면 이익을 남든 안 남든 아이들에게 1천 원씩 주는 기발한 아이디어도 실천했다. 금액이 크진 않지만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에게 재래시장의 정을 느끼게 하고 싶어서였다.

그가 군산 공설시장 일을 보게 된 것도 젊은 상인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이다. 그는 나이든 상인이 많은 시장에서 젊은 사람이 무엇이든 역할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침 가게가 아버님에서 자신의 명의로 이전된 시점이었다. 당시 군산 공설시장에서는 한국 최초의 마트형 시장을 짓고 상인들이 이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논란과 문제가 발생했다. 기존 집행부가 해임되고 지자체와의 채널이 없는 상황에서 그는 대책위원장이 돼 조정자 역할을 맡았고, 2012년 3월 총회에서 회장으로 당선됐다. 회장이 되서도 순탄지만은 않았다.

 

“제가 2012년 3월 28일 총회에서 회장으로 당선이 됐지만 법원이 파견한 직무대행자는 7월 25일 해임되면서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기에 어정쩡한 상황이 벌어졌죠.

드디어 그해 7월 26일 처음 업무를 시작했는데, 그게 전주의 중앙노동위원회에 출석하는 것이었어요. 기존 시장 건물에서 경비 업무를 보던 분들이 노무 문제로 공설시장을 고발했는데, 큰돈을 써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죠. 어렵게 그들의 주장을 기각시킴으로서 우리 시장은 재정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힘들었지만 참 보람된 일이었죠.”

그는 전임 시장답게 예리하게 군산 공설시장의 장단점을 짚어냈다. 장점으로는 냉난방 시설이 잘 돼 있고. 고객 쉼터가 많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백화점이나 마트 등에서는 볼 수 없는 고객 쉼터들이 곳곳에 배치돼 이곳을 찾는 어르신을 비롯한 이용객들에게 쉴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 이는 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인간미를 줄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시장을 장사가 아닌 사업적으로 키울 수 있는 저온창고 등의 부대시설이 없어 젊은 상인들을 유입시키기 쉽지 않다는 것은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제가 지금 운영하고 있는 대장간은 문화 관광적인 요소가 많은 장소입니다. 아버님이 평생 일궈온 대장간 기술을 잘 계승해서 우리 민족의 유산으로 발전시킬 생각입니다. 군산 공설시장은 현대화된 시설로 고객이 많이 늘었어요. 상인들이 좀 더 단합하고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더 노력한다면 100년 역사를 넘어 200년, 300년 더 가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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