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전통의 향으로 치유에서 나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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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전통의 향으로 치유에서 나눔까지
  • 권지연 기자
  • 승인 2019.04.26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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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앤자인 김순주 대표

한약초 방향제 제조업체, ‘해피앤자인’의 김순주 대표의 하루는 새벽 6시에 시작해 자정은 되어야 끝이 난다. 피곤할 법한 일상이지만 늘 정신은 맑다. 가공하지 않은 한국 전통의 향과 함께하는 덕분이다. 깊은 향속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까지 함께 담아내며 사람을 치유하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김순주 대표의 향기로운 삶을 들어다보기 위해 전라북도 중소기업청 시니어센터에 자리 잡은 그녀의 작은 사무실을 찾았다.

 

베푸는 삶 살라는 아버지 유언 따라

해피앤자인 김순주 대표의 사무실은 온통 어지럽다. 각종 한약재와 한복 천이 한 아름 걸려 있고 책상에는 각종 서류가 빼곡히 채워져 있다. 김 대표의 바쁜 삶이 절로 그려진다. 그럼에도 그의 얼굴에서 평온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사람에게 웃음을 준다’ 또는 ‘행복을 디자인하다’는 뜻을 담고 있는 ‘해피앤자인’의 상호처럼 만나는 사람 또한 삶의 의미를 나누고 행복을 나누기 때문이다.

김순주 대표는 13년차 원예치료사다. 그녀가 원예치료사를 선택한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암으로 돌아가시기 전, 호스피스 봉사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던 아버지는 “나누고 베풀며 살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 말을 기억하며 1996년부터 경로당‧병원 등에서 원예치료사로 봉사를 시작했다. 항상 ‘진심’으로 다가가려 애썼기에 그저 꽃을 심고 가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노인과 환자들의 말벗이 되고, 친구가 되려고 노력했다.

“식물을 돌보며 대화를 나누다보면 사람들은 어느새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해요. 그러다보면 치유가 되고 친구가 되죠.”

원예치료를 통해 말 한마디 하지 않던 어르신이 말문을 열기 시작했고 누군가의 진짜 속마음을 알게 돼 뭉클했던 순간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경험은 김 대표를 한 시도 쉴 수 없게 만들었다. 점차 출강 장소가 학교로 확대되면서 지난해만 80개 학교를 돌며 강의를 했다. “이 향은 어떤 향인 것 같아?”, “어떤 재료를 사용했을까?” 등 김 대표의 수업 시간엔 유독 질문이 많다. 그러는 동안 학생들이 직접 재료를 만져보고 깊이 생각하면서 점차 마음 문까지 활짝 열게 된다고 한다.

원예치료 마지막 날에는 학교 선생님들을 설득해 학생들과 반드시 요양원이나 양로원을 함께 찾는다. 김순주 대표가 추구하는 진정한 치유와 나눔은 세대를 뛰어넘는 만남으로 완성되고 있었다.

그가 사용하는 원예 치료의 도구도 매우 특별하다. 김 대표는 가공되지 않은 한국 전통의 향에 집중했다. ‘한복 천을 잘라 그 속에 다양한 한방 약초와 마늘과 생강을 함께 넣고 리본을 사용해 옷고름 모양으로 묶어주고 꽃으로 장식까지 달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방향제가 탄생한다. 우리 전통의 자연 향과 그 효능까지 알리고 싶었던 김 대표의 순수한 바람에서 만들어진 방향제는 출강 나가는 학교 선생님들 사이에서 인기가 매우 좋았다.

김 대표에게 한약초 방향제를 사업화해 판매해보면 어떻겠느냐며 사업제안을 한 것도 학교 선생님들이었다. ‘해피앤자인’이란 이름도 교사들이 직접 지어주었다.

 

치유농장, 뜻이 있는 곳에 생긴 길

사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을 때, 전라북도 중기청에서 관할하는 시니어센터에서 예비창업자 모집이 한창이었다. 2015년, 천연한약재방향제로 사업제안서를 작성해 창업센터에 입주했다. 입주기업 20곳 중 교육‧생태 관련 사업자는 김순주 대표가 유일하다. 입주기업에게는 사무실뿐 아니라 단계 단계마다 회계교육, 리더과정교육, SNS마케팅 교육 등의 혜택도 준다. 회원 간의 정보교류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힘이 된다.

2016년부터는 전주 로컬 푸드에 납품을 시작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김순주 대표는 지난해부터 찾아가는 원예치료가 아닌 찾아오는 원예치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때마침 전라북도에서 2017 세대융합 창업캠퍼스 창업 팀을 모집 중이었다. ‘세대융합 창업캠퍼스’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과 기술력과 경험을 지닌 중‧장년이 함께하는 사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대표는 화원을 운영하는 20대 청년과 뜻이 통해 세대융합 창업캠퍼스에 함께 지원하고 당당히 선정됐다.

“화원을 하는 20대 젊은이와 뜻이 통했죠. 보통 국화나 난으로 드라이플라워로 만들려면 중국이나 일본에서 수입한 것을 쓰기 때문에 단가가 비싸요. 그런데도 10~20Cm 정도의 길이가 짧은 꽃은 아깝게 버려지거든요. 그런 꽃을 이용해서 저희만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제가 하고 있는 한약재 방향제나 디퓨저, 비누에 들어가는 장식용으로 사용하기에 손색이 없어요.”

세대융합 창업캠퍼스 사업자로 김순주 대표는 지난해 3월, 전주 송천동에 1만 3,223제곱미터 규모의 치유농장을 오픈했다. 김 대표는 3,305제곱미터는 농장으로, 9,917제곱미터는 교육과 체험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농장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향과 개성이 모두 다른 30여 종의 꽃들이다.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연과 교류하며 삶을 나누고 마음을 나눈다.

“아이들과 함께 오시면 꽃꽂이도 해보고 다양한 원예치료를 해볼 수 있고요. 만든 제품을 사갈 수도 있습니다.”

컴퓨터 게임과 입시에 지친 어린이와 청소년, 삶의 의미를 잃은 성인까지 누구나 와서 머물면 새로운 힘을 얻어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김순주 대표의 심장이 오늘도 뜨겁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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