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꿈을 좇은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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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꿈을 좇은 청년
  • 박민아 기자
  • 승인 2020.01.17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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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차식당 하민우 사장

철산 구도로를 걷다 보면 아파트 상가에 자리 잡은 작은 가정집과 마주하게 된다. 외관에 지붕이 있어 마치 친한 친구네 집밥 먹으러 놀러 간 느낌마저 든다. 간판 그대로 ‘민우가 차린 식당, 민우가 차려주는 식당’의 뜻을 가진 이곳은 민차식당이다. 문을 열자 앳된 모습의 젊은 사장님이 수줍게 맞이한다. 민차식당 하민우 사장을 만나봤다.

민우가 차린 식당

어린 시절, 만화책을 보며 무작정 요리사의 꿈을 꿨던 하민우 사장은 꿈꿨던 대로 대학교 조리과를 졸업했다. 순탄하게 레스토랑에서 인턴으로 근무했지만, 요리계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돈도 적고, 일도 힘들고, 개인 시간도 없으니 가족들이 많이 반대했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죠...” 현실은 그가 생각하는 것만큼 낭만적이지 않았다. 일을 그만두고, 졸업 후 회사에 취업했다. 꿈보다 더 안정적인 현실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회사 일을 시작한 지 2년 남짓, 그는 자꾸만 생각나는 요리사의 꿈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 이럴 거면 그냥 요리하지 왜 이러고 있냐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이왕 할거면 남의 가게가 아니라 내 가게를 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그렇게 2017년 10월, 민우가 차린 식당, ‘민차식당’이 지어졌다. 대학교 때 배운 양식 쪽으로 가고 싶었지만, 오랫동안 살아온 동네에서 내 가게를 열어보고 싶다는 열망이 더 높았기에, 동네 주민들이 좀 더 편하게 찾을 수 있는 한식을 선택했다. “내가 사는 동네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었어요. 내가 조리한 음식들로 거리에 동네 주민들이 많이 모였으면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좌)소불고기 정식 (우)삼치구이 한상

소소하지만 확실히 행복한 맛

하민우 사장이 식당을 차리며 가장 중점을 두고 생각한 부분은 하나였다. 바로 부담이 없는 가게가 되는 것. 그 래서 그의 음식은 소확행. 소소하지만 그 맛은 확실히 행복을 느끼게 한다. 가정집 콘셉트인 만큼 손님들이 친구 집에 편하게 놀러 온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인테리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지붕 모양의 외관과 창문 커튼, 따뜻한 느낌 을 주는 나무 소재의 테이블, 곳곳에서 보이는 아기자기 한 소품들. 모두 그가 직접 인테리어 하고, 소품들을 채워 넣은 것이다. 메뉴 역시 소박하다. 매콤 제육볶음, 소 불고기, 삼치구이, 닭고기 덮밥, 간장 새우장 등... 그야말로 집밥이다. 음식을 시키면 한상차림으로 메뉴가 나 오는데, 밥, 국, 메인 메뉴와 밑반찬들이 예쁜 나무 쟁반에 함께 담겨 나온다. 양도 푸짐해 마치 어머니가 잘 차려준 밥상처럼 정성이 느껴지는 한 상이다. “겉보기에 화려한 음식이 아니라 단순할지라도 먹으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었어요. 레스토랑 같은 데 가면 플레이팅을 예쁘게 해서 주지만, 그런 건 먹기 부담스럽잖아요. 오히려 맛에 실망할 때도 있고요. 그래서 손님들이 부담 없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싶었어요. 대신에 그 맛은 다른 곳보다 최고로.”

집밥인 만큼 민차식당의 모든 음식에는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매일 신선한 재료로 오랜 시간 우려낸 육수를 사용한다. 인공, 화학조미료가 일절 들어가지 않으니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하다. 인스턴트를 즐기는 요즘 세대에 꼭 필요한 건강한 한 끼다. “오히려 조미료를 넣어서 맛을 망치는 부분이 많아요. 조미료 쓰는 식당들이 많은데, 그래도 한군데 정도는 조미료 쓰지 않고, 몸에 건강한 음식으로 하는 데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죠.” 그는 원래 양식을 전공했기에, 한식은 한 번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었다. 처음엔 모르는 게 많아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음식의 원리는 똑같다고 말한다. “삼치구이 같은 건 비린내를 잡기 위해 생강과 레몬즙에 재워놓고, 소스 같은 것도 일식에서 사용하는 기법을 한식과 융합해서 만들었어요. 미역국도 칼칼한 맛을 위해 청양고추를 통째로 넣고, 맛을 낼 때도 설 탕 대신 양파청이나 매실청, 소금보다 깊은 맛을 내는 액젓 등.. 레몬과 생선을 조합하는 건 양식에서 많이 쓰는 기법이에요. 처음에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았는데,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닌 거 같아요. 양식, 중식, 한식 모두 가장 중요한 건 베이스예요.” 음식의 기본적인 기법은 같아서 몸에 밴 것들이 자연스럽게 나오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는 하민우 사장. 그는 지금도 한식 공부에 시간을 쏟고 있다.

 

작은 것 하나부터 신경 쓰는 마음

물맛만 봐도 그 식당의 음식 맛을 알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가장 기본적인 정수기 물이라 뭐가 다르겠냐고 하지만 민차식당은 다르다. 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차갑게 정수기 물 대신에 옥수수 차를 내준다. 이건 그의 오랜 꿈이기도 했다. “내 가게를 하면, 기본 제공되는 물만큼은 특별하게 차를 끓여서 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하루에 한두 번 정도 끓이는데, 번거롭긴 해도 시간을 그렇게 많이 잡아먹진 않아요. 제가 다른 식당에 갔을 때 그랬거든요. 작은 거 하나부터 신경 써야겠다고. 그리고 정수기 임대료도 안 나가요.(웃음)” 가게 곳곳을 보면 손님들을 위하는 그의 작은 마음들이 느껴진다. 민차식당의 밑반찬은 매일 바뀌고, 국은 일주일에 한 번씩 바뀐다. 일주일의 식단을 짜는 것도 그의 일이다. 장 볼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건 신선하고 값이 저렴한 제철 채소. 두 가지 모두를 충족하기엔 어렵지만, 그래도 그가 제철 채소를 고집하는 이유는 손님들에게 여유 있게 음식을 내어주고 싶기 때문이다. 민차 식당의 밥과 국, 밑반찬은 모두 리필이 가능하다는 것도 그의 후한 인심이 드러나는 부분 중 하나다. 보통 한식집은 공깃밥을 추가하면 추가금이 붙지만, 이곳에서는 무료다. 손님들이 부담 없이 편하게 오셨으면 좋겠다는 그의 마음 하나가 손님들을 이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옥수수 차

1인 한상차림으로 나오는 만큼 민차식당에는 혼밥 손님도 꽤 많다. 혼자 오는 손님이 하루에 10명 이상. 그는 손님들이 부담될까 봐 일부로 말을 건네지 않는다. “저도 혼자 밥 먹을 때 주인이 아는 척하면 부담되더라고요. 민차식당 만큼은 정말 편하게 와서 편하게 밥 먹고, 편하게 갔으면 좋겠어요. 일부로 너무 다가가지 않으려고 하죠.” 오히려 가게가 예쁘다고, 음식이 맛있다며 사진을 찍는 손님들한테 미안할 때가 있다는 하민우 사장. 한편으로는 감사하면서도 더 예쁘게 담아줄걸, 더 맛있게 해줄 걸 하는 마음이 든단다. 손님들이 불편해할까 봐 일부로 다가가지 않지만, 손님들의 취향만큼은 확실하게 기억한다. 서비스로 나가는 계란프라이를 못 먹는 손님에게는 다른 반찬을 만들어주고, 음식을 짜게 먹지 않는 손님이 오면 소스를 반만 넣고, 매일 같은 메뉴를 시키는 손님이 오면 주문 전에 음식을 준비한다. 그의 따뜻한 마음들이 차곡차곡 모여 아직 가게를 오픈한 지 2년 남짓이지만, 입소문이 퍼져 단골손님이 꽤 있다. 물론 각종 요리대회에서 수상한 화려한 전적을 가진 그의 손맛도 있을 터.

 

행복을 좇아서 달려온 시간

회사에 다닐 때가 더 수익이 높지만, 하민우 사장은 돈보다 꿈을 선택했다. 무엇을 해야 내가 행복할까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회사나 여기나 피로도는 비슷한 거 같아요. 돈보다는 제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창업을 시작하는 청년 상인들이 단기적인 상황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봤으면 좋겠어요. 처음에 잘된다고 욕심부리지 말고, 안된다고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계획해서 앞으로 나가다 보면 잘될 수 있거든요. 한 달 매출, 일주일 매출, 이런것들에 얽매이지 않고, 꾸준히 계속하는 것. 그러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그 중심을 잡는 게 제일 어렵고, 중요한 일이죠.” 청년들이 꼭 꿈을 좇지 않더라도 만족한 삶을 살길 바란다는 하민우 사장. 그의 말처럼 그 역시 여전히 중심 잡는 게 제일 어렵지만, 그는 오늘도 민차식당을 찾아주시는 손님들을 위해 건강한 한 끼를 만든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식당인 만큼 새로운 메뉴를 위해 고심하고, 모두가 맛있는 맛을 위해 지금도 끊임없이 맛의 연구를 하는 하민우 사장. 건강한 한 끼를 맛보고 싶다면, 민우가 차려주는 민차식당에 방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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