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일천시장 상인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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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일천시장 상인열전!
  • 심재학 기자
  • 승인 2019.05.0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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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꿀맛 부속고기 구이의 원조

장군집 하암자 사장

상인들은 물론이고 단골 고객들까지 봉일천시장에서 40년 넘게 장사해온 ‘장군집’ 하암자 사장을 시장의 터줏대감으로 꼽기를 주저하기 않는다. 장군집은 돼지 주요부위를 잘라내고 남은 껍데기‧막창‧염통‧갈매기살‧볼살 등 부속부위를 취급한다. 최고의 맛으로 아는 사람만 찾는다는 이집 부속구이는 육즙이 풍부하고 식감이 빼어나 손님들은 한 번 맛보면 엄지손가락을 절로 치켜든다.

“우리 남편이 평안남도 진남포 출신이여. 6‧25전쟁 때 인민군 소좌(소위)로 넘어왔다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갇히게 됐지. 포로 교환 때 북쪽으로 안 넘어가고 풀밭에 슬그머니 숨어 있다가 남쪽에 남았대. 사람들이 계속 군인이었다면 아마 장군쯤 되지 않았겠냐고 해서 우리 가게가 장군집이 됐어.”

하암자 할머니는 서울 을지로에서 시계방을 하던 형부 소개로 남편을 만나 결혼해 살다, 남편이 일하는 비닐공장이 이곳 파주 조리읍으로 이전하자 따라 내려왔다. 얼마 안가 비닐공장이 망하고 먹고살 일이 막막했던 할머니는 시장 정육점 사장의 권유로 도살장에서 틈틈이 일했던 남편이 가져온 내장‧염통‧볼살 등 부속을 연탄불에 볶아 막걸리 한두 잔과 함께 봉일천장에서 팔기 시작했다. 싸고 푸짐하고 다양한 돼지부속 볶음 고기와 할머니가 개발한 순대는 인기 폭발이었다.

그러다 1977년쯤 조그만 가게를 얻어 봉일천시장에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주인도 부속구이를 하면 연기가 방으로 들어온다고 화를 냈다. 구이를 해도 되는 시장 내 가게로 자리를 옮겨 한 20년 장사를 했고, 건너편인 지금의 자리에서 또 20년 동안 한결같이 부속구이를 팔았다.

그간 했던 고생은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다. 겨울엔 손발이 얼어서 피가 날 정도였고, 장사가 끝나고 순대를 만들기 시작하면 새벽 4, 5시가 되기 일쑤였다. 할머니는 방송에도 여러 번 출연했는데, 그때마다 장군집 방식으로 부속구이를 파는 집이 늘었다.

할머니 씁쓸해 하면서도 “그래도 단골들은 꼭 우리집만 찾아. 30년 전 단골이었던 사람이 20년 지나서 찾아오기도 하지. 예닐곱 살 때 부모님과 함께 여기를 자주 찾았다는 한 총각은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는데 집에 먼저 안가고 여기부터 왔더라고. 군대에서 어릴 적 먹었던 부속구이 맛이 계속 생각났다면서 말이야. 먹어 보더니 옛 맛 그대로라고 좋아하대”라면서 엷게 웃어보였다.

맛의 비결은 따로 없다. 매일 연천 도살장에서 가져온 신선한 고기가 비결이라면 비결. 매일 하루치만 가져와서 판다. 주말에는 도살장이 쉬니까 금요일에 좀 더 받아온다. 그러니 1년에 거의 쉬는 날이 없다. 오후 6시가 되면 아들과 며느리가 와 장사를 돕는다. 장사가 잘 되든 안 되든, 궂은 날이나 화창한 날이나 사계절 장군집의 불을 밝혀져 있다. 누구나 언제라도 이곳에 오면 먹기 좋게 썬 대파와 함께 간장‧설탕‧참기름을 넣어 쓱쓱 비벼낸 푸짐한 부속구이 한판을 즐길 수 있다.

 

민통선 자연이 준 건강

고향건강촌 이혜자 사장

봉일천시장 들어온 지 20년이 된 이혜자 사장은 부산에서 살다 IMF 시절 이곳 봉일천에 들어왔다. 그러나 준비 없는 창업으로 실패의 쓴맛을 봤고, 결국 시장에 들어와 닭집을 시작했다. 닭집이 자리를 잡자 차차 건강제품으로 품목을 전환했고, 이제 약 15년 정도가 돼 자리를 잡았다.

“아무래도 중장년층 고객들이 많아요. 지역에서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니까 단골손님이 좀 있죠.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건강제품은 어려운 장사입니다. 중국 삼이 들어오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지만 거기에 흔들리지 않고 농부의 진심으로 승부하려고 해요. 인삼축제 등 파주시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늘 저희가 나갑니다. 믿을 수 있는 제품이라고 인정받은 거죠.”

고향건강촌의 주 판매 품목은 산양산삼과 생칡즙인데, 산양산삼은 민통선 안쪽 장단면 읍내리 야산 약 2만 평에서 직접 재배해 판다. 해년마다 산삼 밭을 조금씩 넓히고 있다. 손님이 오면 직접 재배지로 초대해 방목해서 키운 닭이랑 식사대접도 하고, 산양산삼도 판매한다.

가장 큰 어려움은 소비자 층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다. 이 사장은 혼자 정직하다고 되는 장사가 아니라 걱정이다. 그래도 효과가 있다며 믿고 다시 구매하는 단골들이 많고, 소개로 온 손님들도 적지 않아 힘을 내고 있다.

“올해 장사한 지 20년 됐는데 봉일천시장 인정등록을 받았어요. 제가 총무를 맡고 있어 참 보람찼어요. 시장 일도 의욕만 가지고는 안 되더군요. 그래도 주어진 일을 맡아 성심성의껏 일하고 있어요. 아직까지는 시작단계니까 앞으로 회장님과 임원들과 잘 협조해 좋은 시장을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그녀는 “아직 미숙한 게 많지만 우리 시장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부족한 점을 개선해 사고파는 서민들 함께 어우러져서 잘 살 수 있는 시장의 기반을 만드는 게 우리 상인회의 기본 목표입니다. 상인 모두가 뜻을 모아 같이 함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겠습니다. 또한 상인회 총무로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 할게요”라고 다짐했다.

 

시장 인생이 키워준 성실함

현대통닭 인종숙 사장

인종숙 사장은 1994년부터 봉일천시장에서 장사를 했다. 남편 직장이 힘들어져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시작했던 장사였다. 원래 가게가 좁아 옷가게나 하려고 했지만 가게 주인이 허락하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닭집을 열었다.

진짜 처음에는 한 3년은 힘들었다고 한다. 살림만 했던 사람이라 닭 자르는 요령도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에게 닭장사가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고 걱정했고, 심지어 어떤 손님은 닭 자르는 걸 알려준다며 노골적으로 면박을 줬다. 칼로 닭을 자르다 손가락 살을 뭉텅이로 베었던 시절, 칼만 보면 울음이 쏟아졌다.

조금 익숙해져 장사가 좀 되나 싶었는데 1998년에는 물난리가 났다. 전기도 다 나가고 물건이 쏟아져 그야말로 전쟁이 터진 것 같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는데, 한 번은 남자들이 술을 먹고 서로 싸우더니 칼을 꺼내서 휘두르는 통에 가게가 엉망이 됐다. 경찰이 오고 난리가 났는데, 그때는 진짜 무서워서 가게를 그만두고 싶었다.

1990년대 후반까지 봉일천시장은 사람들이 밀려다닐 정도로 장사가 잘 됐고, 시장 안에 닭집이 몇 개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가게가 하나 둘 비더니 시장이 썰렁해졌다. 물난리 이후 중소 공장이 물에 잠겨 문을 닫자 지역 자체가 쇠락해졌고, 주변에 우후죽순 생긴 대형마트 때문에 장사를 접은 사람도 많았다.

“지금까지 가게를 지킬 수 있었던 거는 운도 좋았지만 단골손님 때문에 장사가 꾸준히 유지됐기 때문이에요. 그냥 정직하게 열심히 살다 보니 지금까지 온 거죠. 한때는 닭을 만지는 제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맏딸로 병약한 친정 부모님을 10년 넘게 모시고 살아야했기에 좌고우면할 여유가 없었어요.”

인 사장은 최근 생긴 상인회가 시장 활성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아 기대감이 크다. 그녀는 “지금까지 억지로 돈을 벌 생각도 없고, 돈을 벌어 어떻게 하려는 생각이 없어요”라며 “열심히 살다보니 절로 돈이 모이게 되더라. 요즘은 봉사와 기부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시장은 부자가 아니라도 남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일깨워준 고마운 곳이에요”라고 활짝 웃었다.

 

손맛 하나로 일대 제패

통일로식당 이복환 사장

봉일천시장에 가게 문을 연 지 6년째인 통일로식당의 이복환 사장은 결혼하고 탄현터미널에서 2년 정도 만두가게를 했다. 터미널이 없어지면서 가게를 접고, 금촌에 있는 순댓국 식당에서 11년 동안 직원으로 일했다. 금촌의 순대국집이 월롱에 식당을 하나 더 내 거기서 일하고 있었는데, 장사가 잘 되지 않자 주인이 그곳을 접게 됐다.

“가게가 없어지자 주인이 금촌에 있는 식당으로 다시 오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들어가면 그곳에서 일하던 직원이 한 사람 나갈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게 하기 싫어서 집 근처인 이곳 봉일천시장에 아예 조그맣게 식당을 낸 거죠.”

처음에는 좀 힘들었다고 한다. 집은 여기지만 금촌으로 출퇴근해서 이곳이 익숙하지도 않았고, 아는 사람도 적어서 손님을 끌어들이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정갈한 음식 맛이 점차 입소문을 타면서 조금씩 손님은 늘었고, 3년 정도 지나 자리를 잡게 됐다.

“손님이 한 번 먹고 가서 소문을 내면 그걸 듣고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요. 일산 등 먼 곳에서 온 분들도 있죠.

지난 겨울 주변 건물을 공사할 때는 인부들이 많이 와서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그도 뜸해져 아쉽다. 그래도 단골들은 꾸준히 그녀의 손맛을 그리워하며 꾸준히 찾는다.

“전 잘하는지 모르겠는데 음식을 먹은 손님들은 대부분 만족하시더라고요. 손맛이 있다고. 주로 가격이 저렴한 백반이 많이 나갑니다. 반찬에 쓰는 채소나 양념 등 농산물은 단양에 있는 친정에서 가져와요. 된장찌개가 가장 잘 나가는데, 시골 된장을 써서 인기가 높죠. 처음에는 친정에서 된장을 가져다 썼는데, 이제는 제가 직접 담급니다.”

그녀는 봉일천시장에서 처음 장사할 때 생각보다 오가는 사람이 없는 것에 조금 놀랐다. 물론지금은 인정시장으로 등록도 되고 했으니 좋아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비어 있는 가게들이에요. 주변에 마트들 때문에 가게가 많이 비었거든요. 상인들이 들어와 다양한 품목을 팔아야 시장도 활기를 되찾을 수 있죠. 손님들도 가게가 차 있어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으실 수 있고요. 예전에는 무척 잘 되던 시장인데 안타까워요. 그때만큼만 되면 좋겠어요.”

이 사장은 “손님들에게는 우리 식당에 오셔서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맛있게 잘 드시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또 꾸준히 우리 시장을 찾아주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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