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영광, 장터국밥을 재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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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영광, 장터국밥을 재현하다
  • 심재학 기자
  • 승인 2019.05.02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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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일천시장 돈사라 순대국

봉일천시장 골목 한가운데 위치한 돈사라순대국은 상인회장인 이강래 씨가 번창했던 과거 공릉장의 영광을 장터국밥이라는 상징적인 음식으로 되살리기 위해 야심차게 연 곳이다. 음식 맛도 좋지만 엣 공릉장 장터국밥의 명성을 잇는다는 의미까지 더해져 더욱 주목된다. ‘한 번도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오는 사람은 없다’는 ‘돈사라 순대국’을 찾았다.

 

 

공릉장 장터국밥의 맥을 이을 것

장터 한편에서 가마솥에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구수한 냄새까지 풍겨나면 뭐에 홀린 듯 자신도 모르게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머리가 허옇게 센 할머니가 뽀얗게 펄펄 끓는 솥에서 넘치도록 국물을 담고 밥까지 말아 무심하게 턱 내주는 장터국밥은 장터 사람들의 허기와 쓰린 속을 달래주던 음식이었다.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장터국밥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그때 넘치던 국물처럼 넉넉한 정과 푸짐한 인심은 그리움이 되어 여전히 사람들 마음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이곳 봉일천시장은 우시장으로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리던 공릉장이 있던 곳입니다. 우시장 있던 곳이 다 그렇지만 국밥으로도 유명했죠. 대형유통시설에 밀려 시장이 점차 쇠락하고 낙후되면서 상인들도 피난을 가듯 이곳을 떠나게 됐죠. 시장하면 국밥인데, 국밥집 하나 없는 곳이 되고 만 거예요.”

이곳 조리읍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했던 이강래 사장은 시장의 몰락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그래도 사람들이 조리읍을 대표하는 곳으로 봉일천시장을 꼽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한다. 그는 상인들을 설득해 상인회 재건에 힘썼고, 결국 전통시장으로 인정등록을 받아 상인회장으로 취임했다.

“사실 국밥집은 돈이나 벌려고 차린 곳이 아니에요. 장터국밥을 브랜드화해 시장의 대표상품으로 재현하려는 사명감 때문에 문을 연 거죠. 봉일천시장을 찾는 분들이 예전 장터국밥처럼 싸게 먹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식당으로 만드는 게 더 중요합니다. ‘돈사라 순대국’은 과거 시장의 영광을 다시 찾고, 시장 발전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제 의지의 표현인 셈이죠.”

 

전통의 맛이 시장을 살린다는 믿음

아무리 의미가 좋다지만 국밥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면 맛집으로 인정하기 힘들다. 다행히 돈사라 순대국은 예전 장터국밥의 맛을 제대로 따라가고 있었다. 구수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국물, 잘 풀어지지 않고 통통함을 유지하면서 뛰어난 식감을 가진 순대, 맛있는 부위만을 엄선해 푸짐하게 넣은 부속까지 입맛을 저격하는 순댓국을 먹다보면 오히려 예전 장터국밥을 업그레이드한 느낌까지 든다. 담백한 순댓국은 자극적으로 입맛을 사로잡기보다는 천천히 사람들의 구미를 당긴다.

“현재 국밥 맛은 중간 수준까지 와 있다고 봐요. 전통의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는 중이죠. 뭐 대단한 음식을 만든다기보다 서민들이 편하고 대중적인 음식을 내놓는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맛을 위해 식재료는 최고로만 쓰고, 순대 역시 국산 토종순대만 사용하죠. 국물은 돼지 사골을 3일 동안 우려낸 진국을 씁니다. 염통‧오소리감투‧곱창‧머리고기 등 예전 장터국밥에 넣었던 것들도 충실하게 넣습니다. 친절한 서비스는 기본이죠. 장터국밥의 매력은 푸짐한 것이니 양이 적다고 하면 더 드리기도 합니다.(웃음)”

돈사라 순대국을 찾는 사람 중에는 “이렇게 맛있는데 손님이 적다”고 안타까워하는 단골도 많다. 이강래 사장은 “점차 입소문이 나고 있기 때문에 조금 맛을 발전시키면 봉일천시장을 대표하는 장터국밥의 명가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고 낙관한다. 이강래 사장의 당당한 포부는 그의 낙관이 결코 헛되지 않은 바람이라는 믿음을 준다.

“앞으로 시설 개선 등 시장 발전 계획이 차근차근 진행시켜 봉일천시장이 활성화시킬 겁니다. 장터국밥 역시 몇 군데 국밥 가게를 시장에 더 유치해 점차 장터국밥 거리로 확대할 생각입니다. 국밥 가게들이 잘 돼 맛집 거리로 유명해지면 시장이 더욱 좋아질 겁니다. 근대사 문화유산을 테마로 한 봉일천시장 스토리텔링으로 예전 시장의 명성과 함께 서민 음식인 장터국밥의 맥도 잇겠습니다.”

 

<Interview> “소명 의식으로 봉일천시장의 맛 살린다”

이강래 봉일천시장 상인회장

“저는 파주 금촌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마쳤어요. 83년도에 군대를 제대하고 이곳 조리읍으로 오게 됐죠. 싱크대와 가스(LPG) 사업을 했는데, 처음엔 고생을 많이 했어요. 판로가 없어 하루에 한 통도 못 팔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끈기를 갖고 하다 보니 한 5년 지나면서 궤도에 올르더군요. 지금 하는 음식점도 장기적으로 하면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파주시 LP가스판매협회장을 7년 동안 하고, 2000년도에 가스 판매업을 그만뒀습니다. 그때도 봉사하는 마음으로 협회장을 했고, 지금 역시 봉일천시장 상인회장을 소명 의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 건물 3층에 상인회 사무실도 만들었죠. 2000년부터 부동산 개발사업을 했는데, 그런대로 잘 됐어요. 제가 조리읍 개발위원장을 하면서 동네 이장님들, 지역발전위원회 이사들에게 이왕이면 이곳의 랜드마크인 봉일천시장을 조리읍을 살리는 계기로 만들자고 했어요. 2017년 4월부터 7개월이라는 빠른 시간 안에 상인들 80% 이상의 동의를 받아 시장 인정 등록을 받았죠.

상인 분들을 설득할 때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상인회를 만들어서 뭐 하느냐’, ‘우리에게 주는 혜택이 뭐냐’며 냉소적으로 보는 분들도 계셨죠. ‘개인보다는 단체가 나으니 뭉쳐서 정부나 지자체 지원도 받고 시장도 발전을 이루자’고 설득했죠. 막상 등록이 되니 상인들도 놀라더군요. 상인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 전까지는 아무래도 상인회는 질타를 더 많이 받아요. 상인회가 만들어지면 시에서 간섭을 하고 제재도 많아지니 되레 욕을 많이 먹죠.

이곳에서 성공했으니 저도 조리읍에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죠. 하지만 봉사라는 것도 결코 쉽지만은 않네요. 전 1957년생 62세로 아직은 창창하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나이예요. 힘들지만 현재 봉사하는 마음 그대로 봉일천 시장의 기틀을 만들고 싶고, 나중에도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저는 불의를 보면 잘 못 참는 성격이고 타협을 안했는데 지금은 많이 순화가 됐습니다(웃음). 인생에서 가장 큰 자랑은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후회 없이 열심히 살아온 겁니다. 살면서 후회되는 일이 왜 없겠어요. 그럼에도 후회만큼은 안 하려고 해요.

제가 처음에 시장에 들어왔을 때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죠. 그러나 제가 국밥집을 열고 시장 발전을 위해 몸소 실천하니까 ‘저 사람 식당 정도 할 사람이 아닌데’라며 상인들도 달라지고 협조도 하더군요. 상인들이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일단 시설 개선부터 시작해 주차장 마련 등 단계별로 봉일천시장 발전에 힘을 쏟을 것입니다. 간이부스를 설치하는 등 장터 쪽에도 더 신경을 쓰려고요. 우리 시장을 좀 더 편리하고 깔끔하게 만들면서 상인과 장터 사람들, 고객들이 같이 어우러져 잘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제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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