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전팔기로 성공 일군 반찬가게
상태바
칠전팔기로 성공 일군 반찬가게
  • 신은진 기자
  • 승인 2019.04.29 1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선손반’ 홍순조 대표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100여 가지 수제 반찬으로 명성을 얻은 반찬가게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구선손반을 찾았다. 반찬가게 특성상 나이가 지긋한 여성을 주인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구선손반의 사장은 준수한 청년이다. 맛은 물론, 사업가로도 인정받아 방송부터 여러 미디어 매체에도 소개됐다. 반찬가게로 자리 잡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홍순조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구선손반 상호로 가게를 운영한 지 5년이 조금 넘었다는 홍 대표.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지만, 이 자리까지 오기까지 파란만장했다. 처음 반찬가게를 시작했을 때는 왜소한 체형 때문에 실제 나이보다 더 어리게 보여 어머니가 반찬을 만들어주는 거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고, 젊은 친구가 왜 이 일을 하냐는 질문도 수없이 받았다. 얼마나 갈지 보자는 주변의비웃음에 부모님의 반대까지 첫 시작은 생각보다 순탄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 믿었던 직원과 친구 등 믿었던 지인들에게 배신을 당하면서 마음의 상처까지 입었다.

하지만 그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신이 가는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반찬가게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다. 주방에 CCTV와 모니터 화면을 설치해 손님들에게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만든 음식을 직접 맛을 볼 수 있도록 시식코너를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 5년 동안 실패를 경험삼아 요리 연구에 전력을 기울이는 한편, 냉장고‧포장지‧제품 디자인 등 시설과 상품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홍순조 대표는 “할머니‧어머니‧장모님이 만든 음식처럼 손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맛을, 또 누군가에는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반찬을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자신의 소신이라 말한다. 그러기 위해 그는 더 큰 꿈을 가지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성공을 위한 시행착오

젊은 청년이 번듯하게 가게를 운영해 나아가고 있으니 창업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기도 한다. 레시피 정보를 얻어 가게를 차리려고 위장 취업으로 들어온 직원도 있었다. 반찬 만드는 것부터 창업을 쉽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그는 “창업이라는 게 변수가 참 많다. 본인이 정말 잘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된 후 창업을 시도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한다. 그가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직접 몸으로 겪은 경험 때문이다.

“스물여섯에 고깃집을 창업할 생각으로 30만 원만 달랑 들고 순천에서 서울로 상경했어요. 1년 정도 2~3시간 쪽잠을 자면서 2천만 원 이상을 벌었지만, 아는 형한테 사기를 당해 말짱 도루묵이 돼버렸죠. 너무 속상해서 죽으려고 했던 적도 있답니다.”

식구들 얼굴이 떠올라 나쁜 생각을 접고 절치부심 이를 악물고 남은 돈 2백만 원으로 새로운 시작을 다짐했다. 하루라도 빨리 돈을 다시 모아야 했기에 마음만 먹으면 남들 자는 시간에도 할 수 있는 보험과 자동차 두 가지 영업을 뛰었다. 하지만 고정적인 월급이 아니다 보니 생각보다 자금을 모으기란 쉽지 않았다.

“문득 지금 내가 뭘 하는 건가 의문이 드는 거예요. 얼마를 벌든 요식업에 들어가 요리를 배우고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랜드 외식사업부에 입사해 생활비 이외는 적금하기로 결심하고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남들보다 미리 와서 정리하고 준비하다 보니 동료들의 시샘도 있었다. 그러나 상급자에게는 인정받아 다른 이가 한 개 배울 것을 두세 개씩 배우면서 창업에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 이쪽 일을 하는 와중에 음식의 트렌드가 매우 빨리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트렌드를 따라 음식점을 개업하면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일 머릿속엔 창업에 대한 고민뿐이었죠. 그러다 어느 날 두부를 사러 시장에 갔는데 허름한 3평짜리 건물에 아줌마들이 잔뜩 모여 있는 거예요. 바로 반찬가게였어요. 순간 반찬을 통조림에 넣어 해외에 수출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번뜩 드는 겁니다. 1년 정도 별라별 생각을 다 하며 반찬가게를 준비하게 됐죠.”

그동안 요식업에 종사하면서 익힌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가게명‧유니폼 등 A에서부터 Z까지 꼼꼼한 사업 계획서를 준비했다.

“반찬을 갖추고 밥을 먹는다는 의미를 담은 구선손반이라는 이름으로 반찬가게를 시작했지만, 처음엔 매출이 생각보다 안 나왔어요. 이런 와중에 믿고 데려온 전 회사동료인 주방 실장은 점점 가게 일은 뒷전이라 좀 안 좋은 소리를 했더니 화를 내면서 나가버리더군요. 안되겠다 싶어 직접 나서야겠다고 생각하고 요리책 5권을 샀어요. 2년 정도 만들고 버리고를 반복하면서 저만의 레시피를 갖게 됐죠.”

그는 돌고 돌아 어렵게 시작한 가게에서 하나씩 시도하고 부족한 것을 채워나가다 보니 어느덧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며 웃음 지었다.

 

원산지 표기와 함께 반찬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다.

 

그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

그는 종갓집 장손이다. 부모님은 장손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반대도 심했다. 또한 많은 이들로부터 무시와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은 어엿한 사업가로서 구선손반의 브랜드 기반을 다지고 있다. 고향인 전북 순창의 마을사람들과 협력해 고춧가루와 고추장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이 모두 인정받고, 또 찬란하게 빛난 것만은 아니다.

“대만에서 우리나라 방송을 보고 제의가 들어와 촬영을 간 적이 있어요. 한식을 알릴 좋은 기회라 생각해 긍정적인 마음으로 대만을 방문했지만, 스케줄부터 방송 촬영준비까지 혼자 힘으로 하려니 너무 힘들었어요. 자본력과 경험, 무엇보다 든든하게 저를 지원해줄 사람이 없다 보니 점점 그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불합리한 요구를 하더군요.”

마치 노예 계약 같다고 느낀 그는 방송을 접고 다시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도 반찬가게가 자리를 잡다보니 다양한 분야에 사람들이 찾아왔다. 대기업 쪽에서도 먼저 연락이 왔었다. 가게를 대신 키워 줄 테니 경영을 기업에 맡기고 직원으로 들어오라는 조건이었다. 홍보 활동으로 방송에만 출연하길 원했다.

방송사에서도 끊임없이 출연 요청이 들어왔다. 자신의 창업 스토리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출연한 방송이었지만, 가게 연 매출이 다뤄지면서 주변의 세속적인 관심에 가족들이 힘들어하기도 했다.

“방송 등 유명세 때문에 지팡이를 짚고 저를 보기 위해 멀리서 일부러 찾아와 반찬을 사 가는 할머니도 계셨어요. 마음이 안 좋았죠. 제가 뭐라고···”

 

콩자반의 상태를 확인하는 홍 대표.

방송 출연으로 인해 받게 된 관심이 고맙기도 했지만, 부담 또한 컸다. 마침내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방송에 자제하고 가게의 내실을 더 다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는 방송 출연은 많이 했지만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지는 못했다.

현재는 과거에 부족했던 홍보 쪽을 보완하기 위해 온라인 홈페이지도 재단장 중이다. 퀵서비스 회사랑 제휴를 맺으면서 5시간 안에 서울 전 지역을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도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도 백화점 진출 계획 등 그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여전히 바쁘게 움직인다.

그는 직원들에게 “우리는 반찬을 팔고 음식을 파는 사람들이 아닌 정을 파는 사람들이다”라고 늘 말한다. 이와 같은 뜻을 가진 동료들을 모아 번듯한 식품회사를 만드는 게 그의 최종 목표다.

“반찬가게를 창업을 시작할 때부터 식품회사 설립이 최종 목표였어요. 9평에서 지금의 30평으로 규모를 키운 것처럼 평생 과업으로 생각하며, 조바심내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하려 해요.” 정을 나누는 따뜻한 반찬가게와 식품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말에 간절함과 진심이 느껴진다. 그는 “앞으로도 변함없는 경영 철학과 책임을 지고 정성껏 반찬을 만들어 가겠다”라며 “홍순조 제 이름을 걸고 하는 제 앞날을 계속 관심 있게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