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산시장 상인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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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산시장 상인열전!
  • 권지연 기자
  • 승인 2019.04.29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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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정직한 땀을 흘릴 줄 아는 것

‘형제축산’ 변광섭 사장

실패한 사람은 실패가 아닌, 포기한 사람을 뜻한다고 했다. 형제축산의 변광섭 사장은 포기를 모른다. 그 끈질김과 성실함으로 실패를 딛고 19년간 형제축산을 일궈왔다. 정육점 붉은 불빛 아래로 쉴 새 없이 고기를 손질하는 변 사장은 “손 놓고도 고수익을 올리는 임대업자보다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라며 콧노래를 부른다.

 

 

새로운 인생을 찾아 시장으로

변 사장이 계산시장에 들어온 지도 벌써 19년 됐다. 당시 상황은 암흑 그 자체였다. 10년간 피땀 흘려 키워놓은 가구회사가 와르르 무너져버린 후 죽기 살기로 시작한 정육점이었다. 이제는 성인이 된 두 아이들은 코흘리개였고 가장이란 이름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렀다. 그래도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어린 아이들을 아버지에게 맡겨두고 장사를 시작하면서 물불가릴 처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버텨야 했고 버틸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변 사장은 정육점을 시작한 이후 10여 년 동안 한 하루도 쉬지 않았다고 한다. 언제나 함께하는 아내 김수정(52세) 씨가 누구보다 큰 힘이 됐다. 다시 일어서겠다는 신념 하나로 불철주야 노력했고, 노력은 배반하지 않았다. 직원을 10명까지 둘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고 한다. 변 사장 밑에서 배우다 독립한 직원도 한둘이 아니다.

“여기서 배워서 가게 차려 나간 직원이 한 열 네 명은 됩니다. 이곳이야말로 상인 양성소였던 셈이죠. 하하”

정육점은 변 사장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인생의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줬다. 이것이 변 사장의 기쁨이자 자랑이기도 하다.

 

정직과 성실이 주는 행복

변 사장의 장사 원칙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은 물건을 싸게 공급하자”는 것이다. 또 다른 원칙은 “고기를 최상급으로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서비스도 최상급으로 올리자”다. 이런 원칙을 지키기 위해 친절은 기본이고, 이곳저곳 많이 찾아다니며 보고 듣고 공부하면서 좋은 고기를 볼 줄 아는 안목도 키웠다.

“암퇘지도 킬로수 자체가 90킬로 정도 되면 가장 먹었을 때 맛있어요.”

이제 정육에 있어선 도가 텄지만 인생은 언제나 그렇듯 오르막길이 뒤엔 내리막길이 있다. 그는 또 다시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최근 수년 사이 주변에 대형마트가 늘면서 골리앗과의 싸움을 해야 하는 탓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여름 유난했던 무더위에 가축들도 기운을 잃고 폐사율이 높아지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이 고공 행진했다.

변 사장은 “추석을 앞두고 서민들이 허리띠를 더 졸라매는 탓에 정육점으로는 도통 발걸음을 옮기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럼에도 그는 최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들끓게 했던 ‘궁중족발’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한 가지를 분명히 했다. ‘정직한 땀을 흘리는 자신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

인터뷰 말미 그는 “정직한 사람들이 어깨 펴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각박한 이 세상에 전했다.

 

깨끗하고 싱싱한 장사의 진심

‘바다수산’ 성순아 사장

삼치‧갈치‧아귀‧열기 등 가지런히 놓인 생선들이 손님을 기다린다. 열십자 모양의 계산시장 중앙을 위치한 바다수산은 25년간 줄곧 한 자리를 지켜왔다. 바다수산 한 구석에서 바지락을 능숙하게 까는 아낙이 눈에 띈다. 성순아 사장이다. 바지락 까는 능숙한 솜씨는 시장에서의 세월을 짐작케 한다. 성 사장이 시장에 들어온 지 벌써 25년이 됐다. 지금은 아들이 함께하지만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땐, 오롯이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다. 성 사장이 장사에 능숙해져가는 동안 시장도 조금 더 깨끗하게, 조금 더 친절하게 변해왔다. 그녀도 함께 생존의 비결을 익혀갔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건, ‘정직을 추구하는 마음’이다. 성 시장은 인천 연안부두에서 어패류를, 서울의 도매시장까지 가서 수산물을 직접 골라 온다. 지금은 아들이 주로 다니며 물건을 골라오지만 싱싱한 물건을 골라오라는 신신당부를 결코 잊지 않는다.

언제나 밝은 기운을 스스로에게 불어넣으며 손님들에게 전하고, 수산에 있어서만큼은 좋은 물건만 팔았다는 자부심 하나로 25년을 지탱해온 그녀지만 몇 번의 심각한 고비도 맛보아야 했다. 2013년 일본 방사능 오염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면서 휘청했고, 2014년 세월호 사태가 터지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되자 또 한 번 휘청했다. 올 여름에는 무더위에 수온이 올라가면서 활어 폐사율이 급격히 늘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수산은 점점 힘들어지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성 사장의 목소리에서는 힘이 빠지지 않았다. 여전히 ‘펄떡펄떡’ 뛰는 생선만큼 싱싱하다.

장사의 진심은 최악의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는 생명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매일 아침 “최선을 다해 다 팔자”는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는 성순아 사장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서 바다의 활기찬 기운이 전해진다.

 

부담 없는 실속 한 꾸러미

‘생활용품 DC 백화점’ 최형우 사장

시장을 걷다보면 1천 원짜리 생활용품에서 소형가전제품까지 갖가지 물건들이 총 집합한 곳이눈에 들어온다. 최근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일본 돈키호테를 본 따 국내에 들여온 삐에로 쇼핑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만 사실 일본 돈키호테를 보고 먼저 벤치마킹한 건, ‘생활용품 DC 백화점’의 최형우 사장 부부라고 한다.

최형우 사장은 대기업 회계팀에서 근무하다 IMF를 맞아 퇴사하고, 몇 년이 지난 2002년 4월, 시장에 발을 들였다. 가게 이름에서 드러나듯, DC마트는 생활용품 할인매장이다. 어느 날 일본에서 만물상 형식의 쇼핑몰을 보고 온 그는 아내에게 생활용품 잡화점을 해볼 것을 제안했다. 아이디어는 최형우 사장이 냈지만 어쩐지 일인지 장사는 아내인 정남숙 사장의 몫이 됐다. 그가 상인회장이 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 탓이다.

매장 안에는 1천 원짜리 생활용품부터 가전제품까지, 심지어 옛 어른들이 쓰던 키도 보인다. 없는 것 없이 다 있는 만물상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물품은 이곳저곳에서 공수해 온다. 그만큼 들여오는 루트도 다양하다. 직접 도매시장에서 발품을 팔아 사오기도 하고 공장까지 가서 구입해오는 극성을 부리기도 한다. DC마트의 경쟁력은 무조건 ‘저렴함’에 있다. 그래서 가격은 5천 원을 넘기지 않는다.

처음엔 실패도 많았다. 저렴하게 들여온 줄 알았던 물건을 비싸게 구입한 것이 밝혀져 낭패를 보기도 했다. 그때마다 부부는 “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하며 쉽게 좌절하지 않았다. 싼 게 비지떡이란 인식을 없애기 위해 가격 경쟁은 유통마진을 줄임으로써 해결하려 노력했고, 그 덕에 시간이 흐르면서 고객들의 인식 속에 DC마트의 존재감을 새길 수 있었다.

물건을 들여올 때 너무 망설이지 않는 것도 만물상 운영에서는 중요하다. 어떤 물건이 인기가 좋을지는 모를 일이다. 과연 팔릴 것인가 반신반의하며 들여온 물건이 의외로 인기가 높을 때도 많다. 요즘 인기 품목은 미용용품이라고 한다. 부부는 “이것저것 실컷 골라도 부담이 없는 곳. 짠순이‧똑순이 주부들을 위한 실속 매장 DC마트에 놀러오세요”라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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